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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영농일지

[스크랩] 시작(주말농장)-9(090524)

어제는 마침 초대권이 생겨 캐리비안베이로 식구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에버랜드는 몇 번 가봤지만 여기는 처음입니다.

여기도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인구가 감소해 출산장려를 하는데 왜 내가 가는 곳에는 이리 사람들이 많은지...?

아침에 비가 내려 쌀쌀한 날씨에 물에 들어갈지 말지 한참을 망설이다가

애들 노는 모습에 한발짝씩 들여놓아 보았습니다.

조금씩 발을 들여놓다가 옆에 사람들 툼벙거림에 점점 젖고 나중엔 이왕 버린 몸

용감하게 몰 속으로 들어 갑니다.

이제는 물에서 나오면 달달달 떨립니다.

그동안 TV 오락프로그램에서 봐왔던 몇가지 놀이기구를 타 보았습니다.

재미는 있습니다. 아직도 동심이 남아 있나 봅니다.

아님 이제 다시 어린마음으로 돌아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쩐 일로 오늘은 마눌이 더 재미있어 합니다.

여태 놀이기구라면 정색을 하고 도망을 다녔는데...

 

애들은 춥지도 않은가 봅니다.

점심 먹고 마눌과 나는 더 이상 추워 물에 못들어 가겠는데

아이들은 계속 물에서 나올 생각을 않습니다.

 

아이들만 밖에 물에 놓아두고 어른들은 실내로 향합니다.

실내에 들어가니 진짜 사람들이 바글바글 합니다.

탕에는 발 디딜 틈이 없고

옛날 개그로 해서 식인종들이 보면 국 말은 밥에 국물이 적다고 할 판 입니다.

이번엔 사우나로 들어가 봅니다.

뜨뜻한 기운에 몸을 녹이며 꽉 들어찬 방에 한 쪽 귀퉁이에 몸을 쭈그리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 쪽 벽면에 TV가 켜져 있었습니다.

시력이 부실한데 안경도 쓰지 않아 볼 생각도 없이 있는데

눈 좋은 마눌이 옆에서 누가 죽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귀를 의심하고 무언가로 뒤통수를 맞은듯 했습니다.

재차 확인하고도 쉽게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께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일요일 아침

호미 들고 장화 신고 주말농장으로 향합니다.

잘들 자라고 있습니다.

감자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 뿌듯한 마음입니다.

옆에 옮겨 심은 근대와 쑥갓도 제법 힘을 받아 튼실한 모습입니다.

옮겨 심은 상추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이름에 걸맞게 붉은 색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옮겨 심지 못한 상추는 너무 촘촘해 거의 녹아 내릴 지경입니다.

쏙아 내다 보니 비닐봉지로 두봉지나 됩니다.

모두 무쳐 먹기에는 좀 많다 생각되었지만 버릴 수도 없고 다 챙겼습니다.

쑥갓은 성장이 굉장히 빠릅니다.

이것도 쏙아 내다 보니 한 봉지가 됩니다.

근대도 쏙아내 한 봉지를 만듭니다.

지난주에도 조금 쏙아내 수확을 하긴 했지만

이번의 수확이 제대로된 첫수확입니다.

의기양양하게 마눌에게 보고를 합니다.

 

참 미련하고 욕심도 많습니다.

가져온 상추, 쑥갓, 근대를 몇시간에 걸쳐 다듬고 씻고 있으니

온 몸이 뻐근합니다.

마눌은 옆에서 도와줄 생각은 않습니다.

자신을 농사에 끌어 들이지 말라는 강한 의사표시인거죠.

 

아이들이 좋아라 합니다.

쑥갓과 상추를 넣고 묵을 무쳐 놓으니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웁니다.

아빠가 직접 재배한거라 하니 더욱 맛있어 합니다.

피곤함이 녹아 내립니다.

투생이 주던 마눌의 얼굴도 환하고 좋아라 합니다.

반은 먹은듯 합니다.

근대국도 내일까지 먹으면 다 먹을듯 합니다.

옆에서 마눌이 내일 퇴근하고 올라가 근대 더 가져오라 합니다.

출처 : [Daum우수카페]귀농대학/귀농사모
글쓴이 : 빛나리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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