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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하루살이

은행나무 열매

은행털이...ㅎㅎ

은행강도가 아닌 열행나무 열매를 줍는 것이다.

매년 이만때면 밤, 은행, 잣을 줍는 재미가 쏠쏠하다.

돈으로 환산해보면 몇 푼 되지 않는데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무엇이 있는가 보다.

 

아침이슬을 맞아 반짝반짝 거무스레 빛나는

토실토실하게 익은 알밤을

풀섶에서 찾았을 때의 즐거움은

가슴을 설레이게 하기도 한다.

 

청솔모란 놈들은 잣도둑인것 같다.

요 몇년들어 개체수가 많이 늘은것도 같다.

잣나무가 많은 곳에 가면 틀림없이 이 놈들을 보게된다.

열심히 잣을 까먹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다.

이 놈들은 잣을 까먹는데 귀신같다.

속이 빈 잣은 깨보지도 않는다.

몇알 떨군 잣알을 혹시하고 깨보면 틀림없이 속이 비어 있다.

잣은 한송이만 주워도 제법 많은 잣알을 획득할 수 있다.

고소하고 향긋한 맛이 잣알의 매력인듯 하다.

 

고약한 냄새의 막을 형성하고 있는 은행은

다른 열매에 비해 수확도 수월하고

먹을거리도 제법 실하다.

발로 슥싹 비벼 구린냄새나는 외벽을 제거하고

한데 모아 물로 씻어 냉동실에 보관하다

적당량씩 꺼내 신문에 둘둘 말아 전자렌지에 3분가량 돌리면

튀지도 않고 맛있게 구워진다.

쫀득하니 연두빛 속살이 맛있기도 하다.

 

작년엔 상당히 많은 은행알을 수확했다.

아직까지도 간간히 구워먹고 있으니 말이다.

은행알을 수확하고는 고생도 많이 했다.

한 달 가량 피부과병원을 들락거려야 했다.

 

은행알을 둘러싸고 있는 물컹한 막은 독성이 꽤 심한듯 하다.

수확한 양은 많고 조심스레 은행알을 빼 내는것이 귀찮았다.

손으로 주물떡거려 알을 빼내고 몇번이고 물에 손을 씻었으나

미끌미끌하고 허옇게 불었다가 나중엔 홍색으로 변하더니

몇일 지나 급기야 손바닥 껍질이 벚겨졌다.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피부 여기저기가 가렵기 시작했다.

살결이 약하고 옷과 마찰이 있는 샅과 목덜미, 팔뚝, 배, 겨드랑이 등

진짜 미치게 가려웠다. 벅벅 긁으며 한 1주일 정도 버티다 결국 병원을 찾았다.

주사도 맞고 약을 바르기도 하고 먹기도 하였다.

한달정도 고생을 하고야 겨우 살아난것 같다.

 

올해도 은행알에 욕심이 생긴다.

아버님께서 벌써 어디서 제법 수확해 오셨다.

집안에 구린내가 진동을 한다.

추석연휴가 끝나면 좀 수확해봐야겠다.

작년처럼 맨손으로 주물떡거리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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